지방이 살을 찌운다? 좋은 지방/나쁜 지방, 한 번에 정리
“다이어트 중이니까 기름기 있는 건 다 빼고 먹어야지.” 고기의 지방은 다 잘라내고, 샐러드 드레싱도 빼고, 견과류도 피합니다. 지방을 먹으면 그게 그대로 내 뱃살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한 달이 지나니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해지고, 무엇보다 항상 배가 고픕니다. 샐러드를 한 접시...
“다이어트 중이니까 기름기 있는 건 다 빼고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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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의 지방은 다 잘라내고, 샐러드 드레싱도 빼고, 견과류도 피합니다. 지방을 먹으면 그게 그대로 내 뱃살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한 달이 지나니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해지고, 무엇보다 항상 배가 고픕니다. 샐러드를 한 접시 먹어도 한 시간 만에 또 배가 고파요.
“지방을 안 먹는데 왜 이럴까?”
1980년대의 거대한 실수
80년대 미국에서 저지방 열풍이 불었습니다. 논리는 간단했죠. “지방 1g은 9kcal, 탄수화물은 4kcal. 그러니까 지방이 살찌는 주범이다!”
식품 회사들은 앞다투어 “저지방” 제품을 쏟아냈습니다. 저지방 우유, 저지방 요거트, 저지방 드레싱…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어떨까요? 비만율은 오히려 2배로 늘었고, 당뇨는 3배 증가했습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요? 식품 회사들이 지방을 빼면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설탕을 두 배로 넣었던 겁니다. 저지방 요거트 한 통에는 각설탕 6개 분량의 설탕이 들어 있었죠.
더 큰 문제는 지방을 빼니 포만감이 사라진 겁니다. 저지방 요거트를 먹어도 금방 배가 고파서 과자를 더 먹게 되었습니다. 결국 총 칼로리는 오히려 늘어난 거죠.
지방이 하는 일, 생각보다 많습니다
친구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30대 직장인 민지씨. 6개월째 철저하게 지방을 피했습니다. 샐러드에 드레싱 한 방울도 안 넣고, 닭가슴살은 껍질을 완전히 벗기고, 견과류는 쳐다보지도 않았죠.
그런데 이상한 증상들이 나타났습니다:
- 생리가 불규칙해졌습니다
- 피부가 건조해서 각질이 일어났습니다
- 비타민 D를 먹는데도 수치가 안 올라갔습니다
-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물었습니다. “혹시 지방을 너무 안 드세요?”
지방은 단순히 에너지원이 아닙니다. 우리 몸에서 이런 일들을 합니다:
성호르몬을 만듭니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은 지방에서 만들어집니다. 지방이 부족하면 생리 불순, 성욕 감퇴가 올 수 있습니다.
비타민을 흡수합니다. 비타민 A, D, E, K는 지용성이라 지방이 있어야 흡수됩니다. 아무리 비타민 보충제를 먹어도 지방 없이는 소용없습니다.
뇌를 만듭니다. 뇌의 60%가 지방입니다. 특히 오메가-3는 기억력과 집중력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포만감을 줍니다. 지방은 소화가 가장 느립니다. 4-6시간 동안 천천히 소화되면서 “배부르다”는 신호를 계속 보냅니다.
민지씨는 의사의 조언대로 올리브유 드레싱을 다시 사용하고, 연어를 주 2회 먹고, 아몬드를 간식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후, 생리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피부도 좋아졌습니다. 신기한 건 같은 칼로리를 먹는데도 덜 배고팠다는 겁니다.
지방에도 성격이 있습니다
모든 지방이 같은 지방이 아닙니다. 마치 사람에게도 좋은 사람, 그저 그런 사람, 나쁜 사람이 있듯이요.
천사 같은 지방: 불포화 지방
올리브유를 한번 보세요. 지중해 사람들은 하루에 올리브유를 수십 밀리리터씩 먹습니다. 그런데 심장병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올리브유에 들어있는 단일 불포화 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은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높입니다. 혈관을 깨끗하게 해주는 청소부 같은 역할을 하죠.
더 좋은 건 오메가-3입니다. 연어, 고등어, 호두에 들어있는 이 지방은 염증을 줄여줍니다. 우리 몸의 만성 염증이 비만, 당뇨, 심장병의 원인인데, 오메가-3는 이걸 잡아줍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오메가-6도 필수 지방산이긴 한데, 너무 많이 먹으면 문제입니다. 옥수수유, 콩기름 같은 식용유에 많이 들어있는데, 이게 과하면 오히려 염증을 일으킵니다.
이상적인 비율은 오메가-6:오메가-3가 4:1 정도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20:1 정도로 먹고 있습니다. 생선을 더 먹고 튀김을 줄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적당히 사귀어야 할 지방: 포화 지방
삼겹살의 지방층, 버터, 코코넛 오일. 이런 포화 지방은 오랫동안 악당 취급을 받았습니다. “심장병의 주범”이라고요.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적당량의 포화 지방은 괜찮다는 겁니다. 문제는 “과다 섭취”지, 포화 지방 자체가 아니라는 거죠.
하루 총 칼로리의 7-10% 정도면 됩니다. 2,000kcal를 먹는다면 15-22g 정도. 이 정도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게 현대 영양학의 결론입니다.
절대 만나면 안 되는 지방: 트랜스 지방
마가린, 쇼트닝, 그리고 이걸로 만든 과자와 빵. 여기에는 트랜스 지방이 들어있습니다.
트랜스 지방은 식물성 기름을 고체로 만들기 위해 인공적으로 처리한 겁니다. 자연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구조라 우리 몸이 처리를 못 합니다.
결과는? 나쁜 콜레스테롤은 급증하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급감합니다. 혈관에 찌꺼기가 쌓이고, 염증이 생기고, 심장병 위험이 폭발합니다.
미국 FDA는 2018년부터 트랜스 지방을 식품에 사용하는 걸 금지했습니다. 그 정도로 위험하다는 겁니다. 한국에서도 “부분경화유”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피해야 합니다.
편의점 과자를 살 때 성분표를 보세요. “부분경화유”, “쇼트닝”, “마가린”이 있으면 다시 선반에 놓으세요.
체중 감량 중이라면, 지방을 얼마나?
제 친구 수진씨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지방을 거의 0으로 줄였습니다. 한 달에 3kg이 빠졌습니다. “봐, 효과 있잖아!” 좋아했죠.
그런데 두 번째 달에는 1kg밖에 안 빠졌습니다. 세 번째 달, 체중이 제자리였습니다. 왜일까요?
지방을 너무 적게 먹으니 호르몬이 무너진 겁니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포만감이 사라져서 결국 탄수화물을 더 먹게 되었습니다.
영양사가 제안했습니다. “하루 칼로리의 30%는 지방으로 드세요. 단, 좋은 지방으로요.”
수진씨는 1,600kcal를 먹고 있었으니까 약 53g의 지방이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바꿨습니다:
아침에 아보카도 반 개를 추가했습니다(8g). 샐러드에 올리브유 드레싱을 넣었습니다(7g). 간식으로 아몬드 10알(7g). 저녁에는 연어를 먹었습니다(13g).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 달에 2kg씩 다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전혀 배고프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방이 포만감을 주니까 간식을 찾지 않게 되었죠.
6개월 후 목표 체중에 도달했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드레싱을 버리지 마세요
샐러드를 먹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드레싱을 빼는 겁니다. “칼로리 줄이려고요.”
그런데 채소에는 비타민 A, E, K가 풍부합니다. 문제는 이게 지용성이라는 겁니다. 지방이 있어야 흡수됩니다.
한 연구에서 샐러드를 두 그룹에게 먹였습니다. 한 그룹은 무지방 드레싱, 다른 그룹은 올리브유 드레싱.
결과는? 올리브유 드레싱을 먹은 그룹이 비타민 흡수가 15배 높았습니다.
드레싱 없는 샐러드는 영양가 있는 물을 마시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올리브유 한두 스푼, 아깝지 않습니다.
견과류를 조심하는 이유
“견과류가 건강에 좋다며?” 맞습니다. 아몬드, 호두, 땅콩은 불포화 지방이 풍부하고 비타민 E도 많습니다.
문제는 너무 맛있다는 겁니다. 한 알 먹다가 한 줌 먹고, 한 줌 먹다가 한 봉지를 비웁니다.
아몬드 100g에는 약 600kcal가 들어있습니다. 밥 두 공기와 비슷합니다. 건강하다고 마구 먹으면 살이 찝니다.
적정량은 하루 한 줌, 약 30g입니다. 180kcal 정도. 간식으로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 방법은 이렇습니다. 큰 통을 사지 말고 소포장을 삽니다. 한 봉지가 30g이면 딱 좋죠. 그리고 한 봉지를 먹으면 그날은 끝입니다. 봉지 째로 들고 TV를 보면 순식간에 다 먹게 됩니다.
튀김을 먹고 싶다면
치킨, 돈까스, 튀김. 참 맛있습니다. 문제는 기름에 튀기면서 엄청난 지방을 흡수한다는 겁니다.
치킨 한 조각에는 약 15-20g의 지방이 있습니다. 네 조각 먹으면 하루 지방 섭취량을 다 채웁니다. 게다가 튀김 기름을 여러 번 재사용하면 산화되어 트랜스 지방이 생깁니다.
“그럼 치킨을 영원히 못 먹나요?” 아닙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를 쓰세요. 기름을 분무기로 살짝만 뿌리면 튀긴 것 같은 식감이 납니다. 지방은 10분의 1로 줄어듭니다.
밖에서 먹어야 한다면 치킨보다는 구운 닭요리를 선택하세요. 어쩔 수 없이 치킨을 먹는다면 키친타월로 기름을 최대한 닦아내세요. 완벽하진 않지만 20-30%는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킨을 먹은 날은 다른 끼니에서 지방을 줄이세요. 아침과 점심은 저지방으로, 저녁에 치킨. 하루 총량을 맞추는 겁니다.
요리할 때 어떤 기름을 쓸까?
올리브유가 좋다고 모든 요리에 올리브유를 쓰면 안 됩니다. 기름마다 “발연점”이 있거든요. 일정 온도 이상 가열하면 연기가 나고 몸에 안 좋은 물질이 생깁니다.
샐러드 드레싱이나 나물 무침에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최고입니다. 생으로 먹는 거니까 발연점을 걱정할 필요가 없죠.
볶음 요리에는 일반 올리브유나 카놀라유가 좋습니다. 중간 정도 온도까지는 버팁니다.
고온 요리, 예를 들어 스테이크를 구울 때는 아보카도유가 좋습니다. 발연점이 270도로 매우 높습니다. 비싸긴 하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투자할 만합니다.
집에 오래된 기름이 있나요? 냄새를 맡아보세요. 쉰내가 나면 산화된 겁니다. 아깝지만 버리세요. 산화된 기름은 염증을 일으킵니다.
마무리하며
지방은 적이 아닙니다. 올바른 종류를 적절한 양으로 먹으면 오히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됩니다.
오늘 저녁, 샐러드를 먹는다면 올리브유 드레싱 한 스푼을 추가하세요. 내일 간식으로 아몬드 한 줌을 먹어보세요. 이번 주에 연어를 한 번 먹어보세요.
몸이 달라지는 걸 느낄 겁니다. 덜 배고프고, 피부가 좋아지고, 에너지가 생깁니다.
다음 글에서는 “비만 치료, 언제부터 병원이 필요할까?”를 알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