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아니요’라고 못 하는 당신, 스트레스와 건강까지 망치고 있다면
직장에서 거절하지 못해 업무가 계속 늘어나고 있나요? 무작정 참는 것은 스트레스와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입니다. 심리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한 현명한 거절법과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한 실용적인 방법들을...
“혹시 이거 좀 도와줄 수 있어요?” 회의 중 누군가 건넨 이 한마디에, 이미 할 일이 산더미인데도 “네, 괜찮아요”라고 답하는 자신을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데 갑자기 추가 업무를 맡게 되고, 주말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 머릿속으론 거절하고 싶지만 입 밖으로는 “제가 할게요”라는 말만 나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여가는 건 업무량만이 아니에요. 스트레스, 피로, 그리고 알게 모르게 무너지는 건강까지 함께 쌓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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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직장 인간관계를 망칠까 봐, 나쁜 사람으로 보일까 봐 거절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사실 ‘아니요’라고 말하지 못하는 습관은 단순히 착한 성격 탓이 아니에요. 오랜 시간 축적된 심리적 패턴이고, 그 패턴이 우리 몸과 마음에 생각보다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오늘은 왜 우리가 거절을 어려워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리학적 근거와 함께 살펴보려고 해요. 더 중요한 건,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나를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거절 방법들입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심리, 그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싫다는 말을 왜 이렇게 못 할까?”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어봤을 겁니다. 흥미로운 건, 이게 단순히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심리학자들은 거절 불능 패턴이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사회적 학습의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관계를 중시하고 조화를 강조하는 문화에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거절 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사람의 요청을 거절했을 때 관계가 손상될 거라는 과도한 불안감이 특징이에요. 문제는 이런 불안이 현실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는 거예요. 실제로는 거절해도 관계에 아무 문제 없을 상황인데, 머릿속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만 그려지는 거죠.
더 깊이 들어가면,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심리적 패턴이 있어요. ‘착한 사람 증후군(Good Person Syndrome)’이라고도 불리는 이 패턴은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의 인정과 승인으로부터 찾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거절하면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같은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성실함이 오히려 자신을 소진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겁니다. 남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다 정작 자기 자신의 필요는 계속 뒤로 미루게 되거든요.
거절 못 하는 습관이 건강을 망치는 과정
“그냥 스트레스 좀 받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우리 몸이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인 타격을 받습니다. 2025년 중국의 워킹맘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일과 개인적 요구 사이에서 거절하지 못하고 과도한 부담을 떠안는 것이 불안과 우울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어요. 단순히 기분이 나쁜 정도가 아니라, 신체적으로 측정 가능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의 변화까지 동반된다는 겁니다.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 ‘예스’만 하다 보면 우리 몸은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수면의 질이 나빠지며, 소화불량과 두통 같은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요. 처음엔 “그냥 좀 피곤한가 보다” 하고 넘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피로, 불면증, 심지어 심혈관 질환의 위험까지 높아집니다.
특히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합니다. 2026년 미국 정신건강 임상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환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번아웃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이건 비단 의료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직장에서 끊임없이 추가 업무를 떠안는 모든 직장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더 놀라운 건 여성의 경우예요. 사회적으로 ‘돌봄’과 ‘배려’의 역할을 기대받다 보니, 거절하는 것 자체에 대한 죄책감이 남성보다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생리 주기와 맞물려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호르몬 불균형까지 겹치면서 건강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어요. 한 연구에서는 여성 군인들의 경우 직무 스트레스와 생리 불규칙성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건강한 거절은 기술이다: 관계를 지키며 나를 지키는 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소식은 거절도 하나의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타고난 성격을 바꿀 순 없어도, 건강한 방식으로 경계를 설정하는 방법은 충분히 배울 수 있어요. 심리학자들이 권하는 몇 가지 실용적인 방법을 소개할게요.
즉답 대신 시간 벌기
누군가 갑자기 부탁을 해올 때 가장 위험한 건 즉시 대답하는 거예요. “네”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나오기 전에, 잠깐의 시간을 벌어보세요. “일정 확인하고 알려드릴게요” 또는 “오늘 오후에 답변드려도 될까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정말 내가 해야 할 일인지, 내 시간과 에너지가 허락하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죠.
명확하지만 부드럽게
거절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명확함입니다. 애매한 표현은 상대방에게 희망을 주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아마도요”, “글쎄요” 같은 말 대신 “죄송하지만 이번 주는 어려울 것 같아요”처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좋습니다. 동시에 공격적이지 않은 톤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에요. “지금 제 업무량을 고려했을 때 제대로 도와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처럼 상황을 설명하면, 상대방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대안 제시하기
완전히 거절하기 부담스럽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어요. “이번 주는 힘들지만 다음 주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또는 “제가 직접은 어렵지만 이 부분은 ○○님이 더 잘 아실 것 같은데, 한번 여쭤보시는 건 어떨까요?”처럼요. 이렇게 하면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내 경계는 지킬 수 있습니다.
감정적 죄책감 다루기
거절한 후에 찾아오는 죄책감, 이게 정말 힘들죠. “내가 너무한 건 아닐까?”, “상대방이 서운해하진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내 시간과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요.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돌보는 것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내가 건강하고 여유로울 때 다른 사람을 더 잘 도울 수 있어요.
심리학자들은 ‘자기 연민(Self-compassion)’ 연습을 권합니다. 거절했을 때 스스로에게 “난 이기적이야”라고 비난하는 대신, “나도 내 건강과 시간을 지킬 권리가 있어”라고 말해주는 거예요. 이건 단순한 긍정의 말이 아니라, 실제로 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고 정서적 회복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경계를 세우는 건 관계를 끊는 게 아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거절하면 관계가 나빠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 실제로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경계가 있는 관계가 오히려 더 오래가고 건강하거든요. 항상 ‘예스’만 하다가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라 폭발하거나 관계 자체를 끊어버리는 것보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내 한계를 말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전문가들은 경계 설정을 ‘관계의 울타리’에 비유해요. 울타리가 있어야 각자의 공간이 보호되고, 그 안에서 건강한 교류가 가능하다는 거죠. 울타리 없이 모든 걸 다 들어주다 보면 결국 내 공간은 황폐해지고, 상대방도 내 한계를 알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직장 인간관계 연구를 보면, 명확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동료들로부터 더 신뢰받는다는 결과가 많아요. “저 사람은 할 수 있을 때 확실히 해주고, 안 될 때는 미리 말해줘서 믿을 수 있어”라는 평가를 받는 거죠. 반대로 항상 ‘예스’만 하다가 결국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그게 오히려 신뢰를 깎아먹습니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기
이론을 아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래서 처음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당장 큰 업무를 거절하긴 어려우니까, 일상 속 작은 부탁부터 연습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점심 메뉴를 정할 때 “난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하는 대신 “난 오늘 파스타 먹고 싶어”라고 말해보세요. 퇴근 후 술자리 제안에 무조건 따라가는 대신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다음에 같이해”라고 말하는 거죠. 이런 작은 경계 설정이 쌓이면서 점점 더 큰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거예요. 어떤 상황에서 특히 거절하기 어려운지, 어떤 사람 앞에서 더 움츠러드는지 파악하는 겁니다. 그 패턴을 알면 미리 대비할 수 있거든요. “이 상황에서 나는 보통 무조건 수락하는데, 이번엔 한 번 시간을 달라고 해볼까?” 하는 식으로요.
또 하나, 자신만의 ‘거절 문구’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평소에 편하게 쓸 수 있는 표현들을 머릿속에 준비해두는 거예요. “지금은 제 역량이 안 될 것 같아요”, “이번 주는 이미 일정이 꽉 찼어요”, “더 잘할 수 있는 분께 부탁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같은 문구들이요.
거절은 나를 위한 투자다
결국 거절하는 법을 배운다는 건, 내 삶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과정입니다. 모든 걸 다 할 순 없어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덜 중요한 것들은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건강한 거절이 가진 힘이에요.
직장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치고, 밤에 잠 못 이루며 후회하는 대신, 이제는 용기 내어 “아니요”라고 말해보세요.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죄책감이 밀려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작은 용기가 쌓여서 결국 당신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진정으로 의미 있는 관계들을 지켜줄 겁니다.
오늘부터 시작해보세요. 아주 작은 것부터요. 내일 누군가 부탁을 해온다면, 바로 대답하는 대신 “생각해보고 알려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첫걸음입니다. 당신의 시간과 건강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참고자료
- Characterizing Postvention Suicide Loss Management Strategies Among Mental Health Clinicians in the United States — Arch Suicide Res (2026). 정신건강 임상의들이 환자의 자살이라는 직업적 위험에 직면했을 때, 과도한 책임감과 거절하지 못하는 패턴이 심각한 심리적·행동적 소진을 초래한다는…
- Biopsychosocial determinants of anxiety and depression among working mothers in China: A public mental health perspective — Narra J (2025). 중국 워킹맘들이 일과 육아의 이중 부담을 거절하지 못하고 떠안으면서 불안과 우울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 변화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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